빨간색 광역버스에 백팩을 메고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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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스토어에 가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가끔 병원에 가서 증상을 이야기하다 무안해질 때가 있습니다. 🏥

왼쪽 가슴이 이따금 아파서 “심장이 안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은 “그건 심장이랑 아무 관련 없어요”라고 답합니다. 이어서 “약 처방해드릴게요”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돌리곤 하죠. 민망하고 무안합니다. 😔 작더라도 내 말을 잘 들어주는 동네 의원에 가는게 그냥 마음 편할 때가 있죠. 어차피 처방전 받아서 약 타러 가는 건 똑같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서비스에서 중요한 ‘고객 경험’은 공간은 물론이고 태도, 그 안의 단어, 그 겉의 표정들이 화학작용을 일으켜서 만들어 내죠. 근데 직접 이걸 만들 때 ‘단어’와 ‘표정’까지 신경쓰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몸에 좋은 걸 알지만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습관적으로 먹으며 무뎌지는 감각처럼, 일정과 예산 그리고 현실적인 시장성 앞에 사소한 것들은 ‘우선순위’에 가려집니다. 그런데 매번 반복되는 교훈은 ‘애플’과 같이 브랜드, 제품, 서비스 모두 강력한 기업은 ‘단어’와 ‘표정’에서부터 시작하고 엄격하다는 이죠. 흠결이 없는 사소함이 지속하면서 강력한 브랜드, 완벽함을 만드는 겁니다.


  1. 애플스토어가 판매하는 것은 솔루션입니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애플스토어 오픈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애플스토어의 방향성을 명확히 이야기하죠. “애플스토어의 목적은 판매가 아니라, 고객들의 문제 해결을 돕는 것이다.” 그래야 고객과 직원이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체가 됩니다.
  2. 공간 경험을 통해 만드는 미세한 애플스토어의 차이

❶ 유리외벽과 하나의 문 – 스티브 잡스가 가진 350개 가량의 특허 중 하나가 ‘유리외벽’과 관련된 것입니다. ‘메장의 크기가 곧 브랜드의 크기’라고 여겼던 스티브 잡스의 생각을 잘 구현하는 소재로서 고객이 들어올 때부터 도움이 필요한 지 단서를 제공하므로 지니어스는 자신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애플스토어 직원들은 “입장하는 고객이 열 발자국 이상 움직이기 전에 인사한다”는 원칙이 있죠. 문이 하나이기 때문에 들어오는 고객에게 모두 시선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❷ 이름 – 애플스토어에서는 직원들이 고객에게 자신과 동료의 이름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것은 도움을 원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시작점이고, 이를 통해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말이 있죠. 스타벅스 직원들은 진동벨이 익숙한 한국에서도 ‘콜 마이 네임’ 캠페인을 통해 직원이 고객의 이름을 부르고 있죠. 이 과정에서 시선을 한 번이라도 더 교환하게 됩니다.

❸ 유니폼 – 초기 애플스토어에서는 직원들이 파랑색 유니폼을 입고 ‘삶을 풍요롭게(Enriching Lives)’가 적힌 ID카드를 목에 걸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진한 파랑색 유니폼을 입고 ID카드를 패용하지 않죠. 과거에는 직원들을 더 눈에 띄게 차별화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며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❹ 시선의 방향 – 직원과 고객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서서 제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테이블 너머로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다른 브랜드 매장과의 차별점이죠.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은 곳을 보면서 ‘우리’라는 연대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❺ 5cm 차이 – 제품 사이의 간격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 직원과 고객이 나란히 서서 제품을 착용하거나 들어서 보여주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테이블 높이는 90cm가 넘지 않아 사물 위에 손을 올려 놓으면 자연스럽게 ‘이곳은 나의 영역이다’ 혹은 ‘내 영향력이 미친다’라고 느끼게 되죠. 사적인 공간이라고 느낄 수 있는 힌트가 됩니다.


큐레이터의 문장 🎒

책상과 의자 사이의 간격, 의자의 삐걱거림, 책상의 모서리, 콘센트의 헐거움, 매장의 음악, 문을 열 때마다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 직원의 옷 매무새와 선택하는 단어, 물을 컵에 따르는 양과 컵에 남은 물방울 자국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건 ‘그냥’이지만 기분을 좋게 하는 과정에는 ‘그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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