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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2 두 번째 모임을 마치고, 적절한 불편함에 대하여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2 두 번째 모임에서 우리는 애나 렘키의 <도파민네이션>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2 두 번째 모임 발제문 메모 중

<도파민네이션>은 현대 사회에서 널리 퍼진 중독의 원인과 극복 방안을 인문학과 의학, 특히 신경과학적 시각에서 제시합니다. 도파민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지, 프로덕트를 통해 경험을 설계하고 개선하는 우리가 의식해야 하는 균형감각에 대한 메시지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우리가 만드는 경험에서의 ‘중독’과 나의 삶에서의 ‘의존’, 이러한 현상에 대한 무뎌짐. 쾌락과 고통 사이에서 풍족하지만 고갈되는 내적 균형감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삶에서 마주하는 중독의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해 보는 시간을 한 번쯤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균형 찾기는 개인의 삶과 우리가 만드는 제품을 경험하는 사람의 삶에서 모두 중요하니까요.

레드버스백맨

함께 읽고 시작하고 싶은 문장

이번 발제문부터는 책에서 함께 읽고 싶은 문장을 먼저 소개하고 읽은 후에 BOOK TALK 1, 2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책을 함께 읽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텐데 서로 인상 깊게 읽은 문장, 밑줄 친 문장, 촬영을 하거나 필사했던, SNS에 공유했던 부분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같은 재료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다른 부분에 주목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아무도 우리에게 손가락질하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자신에게 손가락질할 준비가 되어 있다. 소셜 미디어는 부당한 구분짓기를 너무 많이 일으켜 우리의 자기 비하 경향을 부추긴다. 이제 우리는 자신을 반 친구, 이웃, 직장 동료와 비교하는 게 아니라 세상 전체와 비교한다. 그래서 우리가 더 해야 했다고, 더 얻어야 했다고, 그저 다르게 살아야 했다고 너무 쉽게 확신하게 됐다.

애나 램키, <도파민네이션>

두 번째 모임에서 문득 든 5가지 생각들

  1. 우리의 대화를 종합해 보니 도파민이라는 감각에서 감정까지 전이가 되려면 몇 가지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2. 자발적이고 수고스러운 물리적인 이동(몸을 쓰는 움직임과 궤적), 단일 자극보다는 감각의 결합(시각과 청각, 촉각과 시각 등)까지 더해질 때 일방적으로 전해지는 감각에서 나의 사고를 거친 기억과 기억에서 진동이 더해지는 감정으로 남는 게 아닐까?
  3. 쉽게 이야기하면 단순히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느껴지는 감각 뒤에 감정이 없으면 ‘현타’라는 것이 오곤 한다. 자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무한 스크롤링을 하며 쇼츠를 보고 난 후 잠에 들 때의 상태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찾아 무언가를 틀 때의 기분은 어떠했던가?
  4. 발제문에 여러 번 메모했던 단어는 ‘적절한 수준의 불편함‘이었다.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카페에 커피를 사러 갈 때에는 잠시 기다리는 과정을 줄이기 위해 미리 주문을 하고 심지어 자동차 번호판을 인식해서 말할 필요도 없게 했다. 아이스크림 가게는 물론 편의점에서 작은 식재료나 우유 하나도 배달해서 먹을 수 있고 마트에 가지 않아도 퍽이나 괜찮은 것들을 잠에 든 시간에 받아본다. 그래서 우리는 불편하지 않으니 만족스러운 걸까?
  5. 적절한 수준의 불편함, 수고스러움이 없으면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쏟아지는 서비스와 자극들 사이에서 어느 수준으로 적절한 불편함을 제공해야 하는지는 이어지는 모임에서 멤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였다. ep9이나 롱블랙에서 24시간 이내에만 읽을 수 있는 콘텐츠, 놓치면 주말까지 기다려 쿠폰을 받아 볼 수 있는 콘텐츠는 적절한 불편함의 사례라고 생각했다. 매일 아침 메일함을 가득 채우는 언제든 읽을 수 있는 뉴스레터와 비교하면 ep9 콘텐츠에 들이는 감정이 더 소중하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이야말로 자기 주도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