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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2를 시작하며

트레바리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1 마지막 모임을 어제 마쳤습니다. 함께 읽은 책은 레드버스백맨 <UX 리서처의 일>이었습니다. 금요일 밤, 19:40에 강남역에서 모여 23:20까지 우리는 어김없이 예민하게 사용자와 경험, 리서치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예민한 태도와 섬세한 커뮤니케이션은 정답은 없지만 그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균형감각을 유지하게 해주는 전정기관의 역할을 합니다. 다른 업종, 경험, 직무를 가진 15명이 매달 1번씩 모여 4시간 가까이 ‘더 좋은 경험을 만들기 위한 리서치’에 대해 근본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은 마치 삶의 태도와 철학을 주제로 다루는 느낌이 들기도 했죠. 12월 22일 금요일 밤, 주위에선 송년회 모임이 절정인 시간에 ‘디지털 중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잊지 못할 겁니다!

회사에서 좋은 동료를 만나더라도 이처럼 밀도 높게 이야기 나누기는 어려운 주제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만으로 트레바리 모임은 충분히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2를 흔쾌하게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시즌 1에서 제가 느꼈던 바와 각 회차 발제문의 BOOK TALK 주제를 소개하며 시즌 1을 마무리합니다. 이어갈 수 있는 흔쾌함을 선물해 준 파트너 해솜 님과 제 생각에 확신과 변화를 만들어준 멤버 분들께 감사합니다. 손 내밀면 닿는 거리에서 느슨하지만 단단한 관계를 이어갈게요.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 1에서 느낀 4가지

UX는 방법론이 아니라 태도라는 점

예민함과 섬세함, 어느 수준으로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건 어차피 공급자의 선택입니다. 방법론은 다양하고 어떤 방법론을 활용할 것인지도 결국 공급자 안의 리서처가 선택하는 것이니 우리는 지속할 수 있는 UX 태도에 집중했습니다. 기업에서 제공하는 UX는 비즈니스와 별개일 수 없고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회사에 이익을 가져오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구조적인 상황을 인지한 상태에서 사용자 경험을 향한 예민함과 섬세함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UX 리서치는 UX 리서처가 아니어도 하고 있다는 점

멤버 구성을 보면 PO, PM, 프로덕트 디자이너, 마케터, 기획자, CX 매니저 등 다양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용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의 경험을 설계하면서 고민의 순간을 겪었습니다. 브랜드, 스타트업의 창업자들도 함께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었습니다. 2010년대 초반 서비스 디자인 분야에서 시작해서 2020년대 초반 커머스와 핀테크 중심의 UX 리서치 팀이 생기기까지, 언제라도 우리는 사용자였고 리서치를 해왔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번거롭고 고생스러울수록 사용자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병원진료를 받을 때면 예약하고 앉아서 대기합니다. 어렵게 의사를 어렵게 만나지만 의사와 진료를 할 때 환자는 겨우 1분 남짓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습니다. X-ray와 같은 검사를 하고 다시 진료를 할 때도 있고 약 처방만으로도 충분해서 (이미 시간을 많이 허비했으니) 1분도 길게 느껴질 때도 있죠. 의사가 1분 동안 문진을 하면서 어떤 질문을 하는지, 다음 단계에 대해 묻기 전에 설명을 충분히 하는지에 따라 서비스에 대한 경험이 달라집니다. 강력한 전문성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에서도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람이 조금 더 번거롭고 수고스러우면 사용자는 안심하고 만족할 수 있죠. 대체재를 찾거나 보완재를 통해 주도적으로 ‘더 나은 경험’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고민하지 않는 것들은 모두 사용자에게 부채로 전가된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과 닿고 그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성장한다는 점

모임과 별개의 세션을 갖고 2월에는 클럽장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UX 리서처의 일>을 쓰면서 가졌던 마음과 UX 리서치에 대한 이해, 일 하는 마음에 대해서 나누었습니다. 별도의 모임까지 포함하면 총 5차례 만나는 과정에서 저는 모임이 아니었다면 생각해보지 않았을 주제와 관점을 고민해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생각에 확신과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게 반복되면서 알게 모르게 저는 성장했을 거라고 믿고 있고 그 성장은 모임을 함께한 분들에게도 닿았길 소망합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과 만나는 것은 꽤 피곤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쉴 수 있는 시간, 놀 수 있는 시간, 어찌 되었든 다른 것을 아무튼 할 수 있는 시간들에 우린 모였고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서로가 더 성장하기를 응원하는 마음을 갖고 모임을 마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BOOK TALK 각 회차 발제문에서 나눈 주제 4가지

1회차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

<뜨거운 싱어즈> 신영광 PD의 인터뷰 내용 – “예전에는 시청률 잘 나오고, 재미있는 프로그램 만들어서 성공시키고, 유명한 PD가 되는 게 중요했는데 그때 이후로는 삶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 ‘시간의 유한함, 삶의 소중함, 이런 걸 좀 드러낼 수 있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한 제품을 만드는 것, 흠잡을 수 없는 UX를 제공하는 것 사이에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 균형감각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2회차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 마!>

p156에는 “트레이드오프를 고려하라”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UX에 한 발을 딛고 있는 우리는 분야를 막론하고 어떤 상황에서라도 제약과 트레이드오프를 잘 다루어야만 합니다. 일을 하면서 겪은 UX 트레이드오프는 무엇인가요?

3회차 <쇼핑의 과학>

p75.에서는 ‘이동 지대(decompression zone)’을 이야기합니다. 걸음을 빨리할수록 주변 시야는 좁아지기 마련이고 이동 지대는 누구라도 빨리 지나가려고 하는 공간이라는 의미입니다. 모바일 경험은 어떨까요? 모바일 경험에서 우리는 어떤 화면, 어떤 단계를 ‘이동 지대’에 빗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어떤 UX가 만족스럽거나 아쉬웠던 경험을 나눠볼까요?

4회차 <UX 리서처의 일>

‘이해할 준비’, ‘오해할 준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용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제품을 사용하기도 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공급자는 (사용자의 생각을) 오해하곤 합니다. 왜 만든 사람과 쓰는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할까요?

Closing

UX 분야에서 진리라고 믿는 몇 가지 명제가 있는데요. 그중 한 가지는 “사용자에게 집중하면, 나머지는 다 따라온다”라는 겁니다. 우리는 삶의 대부분은 디지털 서비스, 공간, 콘텐츠 등의 사용자인데 일하는 시간 동안엔 대부분 공급자이며 공급자들과의 관계성에 매몰되기 쉽습니다. 트레바리라는 모임이 본질적으로 삶의 대부분의 순간은 우리가 사용자라는 것을 다시 떠올리는 순간이 되었길 소망하며 시즌2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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