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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어온 중고서적 0580권

트레바리 북클럽

우리는 사용자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UX 리서처는 사용자를 만나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솔루션을 탐색하며, 설루션이 문제를 해결하는지 검증합니다. 리서처의 편향, 표본의 대표성,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대한 비즈니스 우선순위, 수익성의 극대화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사용자가 겪는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는 것이 비즈니스 관점에서 현명하지도 않죠. 그럼에도 이상적으로 접근해 보겠습니다. 인하우스에서 UX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정말 사용자를 알고 있을까요?

트레바리 북클럽 <리서치 하는데요>

파코 언더힐이 쓴 <쇼핑의 과학>은 트레바리 북클럽 <리서치 하는데요>에서 소개할 4권의 책 중 1권입니다. 경영자,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들이 사용자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을 조사결과를 통해 설명합니다. 제 생각을 더해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합니다.

1️⃣ 학습된 편의성

사용자도 사용자가 겪는 문제를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관습, 학습, 망각으로 인해 처음에 불편했던 것이 이제는 불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운전을 처음 할 때에는 어느 것부터 조작해야 할지 몰랐지만 익숙해진 이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운전을 하며 음료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곤 합니다.

2️⃣ 인지된 시간

사용자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하면서 살아간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죠.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방어기제로 인해 의도적으로 망각하기도 하니까요. 미국 월마트, 프랑스 까르푸 등 대형 쇼핑센터에 방문하는 고객들의 평균 쇼핑 시간은 30분 정도인데 고객들에게 매장 안에서 소비한 시간을 물으면 종종 그 시간을 2배로 늘려서 대답합니다. 실제 리테일 환경에서 시간은 3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는데 첫 번째는 실제 쇼핑한 시간, 두 번째는 사용자에게 인지된 시간, 세 번째는 이 2가지를 결합한 시간입니다.

3️⃣ 체류시간과 구매여부

전자제품 매장에서 구매하지 않는 사용자는 5분 6초, 구매자들은 9분 29초 동안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장난감 매장에서는 비구매자가 10분, 구매자는 17분 동안 머물렀습니다. 여기서 체류시간을 따질 때 원하는 제품을 찾지 못해 헤매거나 배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 비율을 따져야 하는데 이를 ‘혼란 지수’라고 합니다. 실제로 10분 머무는 사람이 원하는 제품을 살펴보지 못하고 계속 헤맸다고 한다면 인지된 시간은 30분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4️⃣ 대기시간과 이탈

한편, 원하는 제품을 찾은 이후에 계산대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계산대에서 머무르는 대기시간, 주차장에서 차를 찾아 정산하고 나가는데 까지 걸리는 ‘대기 시간’ 또한 인지된 체류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컨대 주말에 양재 코스트코에서 원하는 물건을 바로 찾더라도 계산까지 걸리는 시간은 훨씬 길고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는 것까지 고려하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5️⃣ 사용자를 알고 나면 하드웨어도 달라집니다.

선반의 높이와 테이블의 종류에 대한 일화입니다. 애완동물 간식을 구매하는 주요 소비자는 노인과 어린이인데 선반의 높이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매출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 식당에서 2인용 테이블은 항상 남아도는데 4인용 테이블은 부족한 적이 있었습니다. 살펴보니 1, 2인이 오더라도 널찍한 테이블에서 잡지, 신문을 읽을 수 있는 넓은 테이블을 선호했기 때문이죠. 전체 좌석 중 10%를 1인 고객을 위해 스탠딩 테이블로 레이아웃을 만들었는데 혼자 온 손님도 좌석이 비좁고 불편해서 이 테이블을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사용자를 관찰하고 조사해야만 사용자를 이해할 수 있고 실질적인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6️⃣ 오프라인에서의 사용자 경험

오늘 들어온 책 0258권

오늘 퇴근하는 길에 종로 알라딘 중고서점을 지났습니다. ‘오늘 들어온 중고서적 0580권‘이라고 적혀있었죠. 어제와 달라진 숫자로 오늘도 활발하게 영업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지금 들어가면 580권 가까운 책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중고서점이지만 새로운 책들이 계속 수급되고 있다고 생각했죠. 하루 한번, 점원이 바꿔야 하는 교체식 아날로그 간판이지만 알라딘이라는 상호명 옆에서 사이니지는 유용함을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