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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알콜 맥주에 알콜이 있었다니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무알콜 맥주,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저는 칭따오 논알콜릭 캔(330ml)과 마튼스 0.0(330ml)을 즐겨 먹고 있습니다. 맥주를 편의점에서 구매할 때 4캔에 11,000원이니까 1캔 구매할 것을 4캔 사는 경우가 많고, 1캔 마시려다 하나 더 마시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무알콜 맥주를 조합해서 마시기 시작했죠. 운전해서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모임을 갖더라도 무알콜 맥주를 즐길 때가 있고요. 그런데, 무알콜 맥주에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당황했습니다. 마치 디카페인 음료를 주문해서 한참 마시다가 어느 날 '디카페인 음료'에도 카페인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기분이었죠. 한 마디로 요약하면 0.00이라고 표기된 무알콜 맥주에만 알코올이 없습니다.
TSINGTAO non Alcoholic에는 0.03 이하의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REDBUSBAGMAN
1️⃣ 주세법상 알코올 도수 1도 미만(1%)이면 '무알콜'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온라인 유통이 가능한 맥주를 도수 1도 미만이라고 주세법으로 정한 겁니다.
2️⃣ 현재 온라인에서 무알콜 맥주를 구매하기 위해서 성인 인증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알코올이 함유되었기 때문인가 싶었는데, 아닙니다. 1도 미만의 맥주는 '주류'는 아니지만 맥주 대용의 제품이기 때문에 19세 이상 성인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3️⃣ 칭따오 논알콜릭 캔에는 0.05%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고, 에딩거 프라이 무알콜 맥주 도수는 0.4~0.5% 수준이죠. 칭따오 논알콜릭은 실제 칭따오 맥주와 맛이 가장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4️⃣ 문제는 진짜 알코올이 없는 무알콜 맥주를 구매하려면 소비자가 상세페이지를 자세히 따져봐야 합니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표기한 경우, 즉 '알코올 0.00' 표시가 있는 상품만 알코올이 없는 무알콜 맥주인데요.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 중에는 '하이트제로 0.00',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가 알코올 프리 맥주입니다.
5️⃣ 하이트진로음료가 '하이트제로 0.00'을 출시한 건 2012년입니다. 국내 무알콜 시장 규모는 당시 10억 원 규모에서 2020년 약 2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했고 팬데믹을 거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탓에 급속도로 성장했죠. 실제로 쿠팡에서 판매하는 '무알콜 맥주' 종류 또한 크게 늘었습니다.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유일한 맥주이기 때문입니다.
6️⃣ 무알콜 맥주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고 주류회사들은 경쟁적으로 무알콜 맥주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버드와이저는 '버드와이저 제로'를 출시했는데 도수는 칭따오 논알콜릭과 비슷한 0.05% 수준입니다. 호가든도 '호가든 제로', 제주맥주도 '제주누보'라는 무알콜 맥주를 새롭게 출시했습니다.
7️⃣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뭘까요? 아래는 하이네켄에서 2030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입니다.
무알콜 맥주를 마시는 이유는 아래 순서로 나타났습니다. (2가지 이유 모두 알코올을 흡수하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➊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이라서 (52.4%)
➋ 취하고 싶지 않아서 (43.4%)
무알콜 맥주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맛 > 알코올 함량 > 칼로리 순서로 나타났습니다.
➊ 맛 (56.4%)
➋ 알코올 함량 (18.4%)
➌ 칼로리 (8.6%)
아이폰 저장용량과 같이 무알콜 맥주에 대해서 ‘알코올 함유량’을 0.00, 0.03, 0.05와 같이 제공할 수 있습니다 ©REDBUSBAGMAN
문제는 '맛'이 주관적 영역이라 직접 먹어보기 전에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재구매할 때 중요한 요인이거나, 알코올 함유량이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구매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죠. 무알콜 맥주를 구매하면서 알코올 함량을 따져야 한다는 것에 이커머스 플랫폼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알코올 도수 필터를 추가해서 알코올이 아예 없는 '알코올 프리' 제품만 골라서 볼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죠. 혹은 검색 결과에서 알코올 함량을 아이폰 저장용량처럼 128GB, 256GB와 같이 0.00, 0.03으로 구분해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알코올 함량에 따라 결과를 재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는 '알코올 프리'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무알콜'이라고 하고 '저알콜' 제품을 판매하는 형국이니까요. '무알콜', '논알코올', '비알코올' 모두 알코올을 부정하고 있지만, 제품을 받아보고 또는 먹어보고 알코올이 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사용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무알콜 맥주를 구매하면서 알코올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요? 무알콜 맥주에는 알코올이 1프로 미만이라고 생각하려면 '저알콜 맥주'가 더 적절한 표현 아닐까요? 무알콜 맥주를 마시기 위해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살펴보고, 무알콜과 비알코올 사이에서 알코올 프리 제품을 솎아내야 하는 상황은 무알콜 맥주를 구매하는 경험에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알코올이 유해한 것을 알기에 '(없을)무'알코올 제품을 찾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