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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는 현상은 내가 아는 지식을 상대도 알 것이라는 오류로 발생하는 ‘인식의 왜곡(Cognitive Bias)’을 뜻합니다.

1990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심리학과 대학원생이던 엘리자베스 뉴턴은 간단한 놀이 실험을 연구한 논문으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땄습니다. 뉴턴은 실험에 참가한 사람을 두 그룹으로 나눴죠. 한쪽 그룹에는 노래를 고른 뒤 리듬에 맞춰 손으로 책상을 두드리게 했습니다. 다른 그룹에는 두드리는 것을 듣고 어떤 노래인지 맞혀보도록 했죠. 노래는 유행가나 미국 국가처럼 누구나 아는 25곡 가운데 고를 수 있었습니다. 먼저, 뉴턴은 두드리는 사람에게 상대방이 답을 맞힐 확률을 물었습니다. 대답은 50%였죠. 하지만 실험에서 두드린 노래는 120곡이나 됐지만, 듣는 사람이 노래를 맞힌 비율은 2.5%에 그쳤습니다. 두드린 사람은 120곡 가운데 60곡 정도를 맞힐 거라고 기대했지만, 듣는 사람은 단 3곡밖에 맞히지 못한 거죠. 왜 이렇게 기대치에 어긋난 결과가 나왔을까요?

뉴진스의 노래를 속으로 흥얼거리면서 책상을 두드린 것을 녹음해서 가족이나 친구에 들려준 후에 “이게 무슨 노래인지 알겠어?”라고 묻거나, 역할을 바꿔보면 답이 나옵다. 역할을 바꿔보면 머릿속에 맴도는 소리는 그냥 ‘탁탁’ 소리로 들리죠. 두드리는 소리만 듣는 사람에게는 정보가 부족합니다. ‘멜로디’. ‘목소리’, ‘악기’, ‘가사’ 등 연상할 수 있는 핵심 정보 없이 잔인할 만큼 생략된 정보만 남은 상태에서 대상을 유추하는 것은 프로파일링보다 더 어려운 일이죠.

글쓰기에서도 ‘지식의 저주’가 있습니다. 명확하지 않은 문장, 애매한 단어와 중의적인 표현은 내 생각이나 의견을 상대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없게 만들죠. 글을 쓸 때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5가지를 고려합니다.

1️⃣ 짧게 씁니다 - 불필요한 단어, 무의미한 접속사는 쓰지 마세요
2️⃣ 명확하게 씁니다 - 두괄식으로 주장+근거 조합으로 쓰세요
3️⃣ 쉽게 씁니다 - 이중부정,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는 쓰지 마세요
4️⃣ 초고를 먼저 쓰고 다듬습니다 - 일단 한 편을 쓰고 그 다음에 고치세요
5️⃣ 퇴고할 때는 소리를 내서 읽으면서 고칩니다 - 글을 말로 옮겼을 때 자연스럽게 고치세요